여름 예정/ 이정숙 초록으로 뒤집어쓴 세상 바라보면 입안 가득 초록 물이 나올 것 같다 따가운 태양빛에 두손 흔들며 초록의 몸 단장하고 춤을 춘다 어느새 꽃지고 커가는 열매들 기쁨이 사랑이 행복이가 맛있게 나무에 매달리고 땅에서 뒹군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하늘과 땅이 손뼉을 치며 축제를 연다 햇빛과 바람과 비 천둥도 번개도 신나게 땀 흘리며 뱅뱅 도는데 놀란 벼락이랑 숨이찬 태풍도 달려와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여름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뜨거운 열기로 초록물 펄펄 끓을 때 시계추가 벌써 종을 울리러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