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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예정/ 이정숙 초록으로 뒤집어쓴 세상 바라보면 입안 가득 초록 물이 나올 것 같다 따가운 태양빛에 두손 흔들며 초록의 몸 단장하고 춤을 춘다 어느새 꽃지고 커가는 열매들 기쁨이 사랑이 행복이가 맛있게 나무에 매달리고 땅에서 뒹군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하늘과 땅이 손뼉을 치며 축제를 연다 햇빛과 바람과 비 천둥도 번개도 신나게 땀 흘리며 뱅뱅 도는데 놀란 벼락이랑 숨이찬 태풍도 달려와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여름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뜨거운 열기로 초록물 펄펄 끓을 때 시계추가 벌써 종을 울리러 가겠지

우리 친구 멋진자동차

우리 친구 멋진 자동차 藝庭 /이정숙 은퇴 아름다운 여행을 마치고 인생의 다른 여행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맞이하러 갔는데 차가 멋지면 가진 게 모자라고 형편에 맞는 차를 고르면 한쪽 옆구리가 시리니 그렇다면 선택은 형편에 맞아야지 이튿날 예약한 차 만날 생각으로 발걸음 옮기는데 지방에서 방금 나온 다른 좋은 차를 입양하라고 기쁜 소식 한달음에 만나보니 아직도 젖내음 나는 깔끔한 차 마음을 사로잡아 기쁘고 즐거운 상봉이 5년여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며 곳곳에 갈 데도 많고 할 일도 많아 사람도 짐도 싣고 부지런히 달리며 일한 착하고 충성스러운 멋진 친구 찬겨울이 오니 심통이 났나 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영하의 쌀쌀한 아침엔 깨질 않는 증세 병원엘 가도 병명이 나오질 않고 한숨을 쉬며 달래 보는데 이젠 너무 ..

가을 그 편지

가을 그 편지 藝庭 / 이정숙 후꾸시아꽃을 닮은 친구 언제 만날까 기다렸는데 예쁜 친구 나를 잊었나 소식을 기다렸지만 가을의 낙엽처럼 흩어버리었나 바람 앞에 갈대 되어 애만 태우네 뒤늦게 산등성이 간신히 올라온 태양 따스한 온기로 다정히 감싸 주더니 무슨 일일까 황급히 달아나 맞은편 산등성이로 기어오른다 또 몇번의 가을이 이렇게 빨리 지났는데 카톡 카톡 혹시나 열어보니 괜한 홍보물만 자꾸 나오고 내 친구 어딜 갔나 보이질 않네 가을의 쓸쓸한 바람소리따라 후꾸시아 꽃 사진만 뒤적이며 짝사랑 애닯은 가을이 가누나